[12부]






그날 저녁..
북한군들에게 다짜고짜 취조실 같은 곳으로 끌려들어왔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눈이 매섭게 찢어진 사복차림의 남자 둘이 취조실에서 나를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시오 김동무... 기다리고 있었소..."
"......"

"동무는 내가 반갑지 않은가 보오???"
"빨리 끝내 버립시다..."

"나는 대남조선혁명위원회의 부위원장을 겸업하고 있는 [리철순]소좌요.."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병대 출신 민간인 저격수 [김희준]하사요.."

"나는 남조선 인민 해방과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남쪽에 오랬동안 있었소.."
"나는 북한놈들의 불법남침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남쪽에 오랬동안 있었소..."

"좋소...동무... 위대한 우리민족의 혁명과업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라오..."
"까고 있네.. 개새끼들... 그냥..제발 좀 죽여줘라...응???"

"동무가 죽고 안죽고는 나나 동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오.."
"하여간 다 물어봐라... 어차피 아는것도 별로 없으니까.."

"훗... 알겠소... 그럼 시작하겠소..이름?"
"김희준.."

"생년월일??"
"아 씨발..그거 니네가 다 아는거 아냐????"

"두번 말하지 않겠소... 생년월일??"
"1976년8월8일..."

"주소...."
"그건 말 못해..."

"동무의 가족들 때문인가????"
"하여간 말못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155-oo번지 맞소???"
"아니... 이 씹쌔들이..그..그걸..."

"동무의 얘기처럼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소..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몇가지 확인하는
차원일 뿐이오..."
"......"

갑자기 눈앞이 컴컴해 졌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닌것이었다.
"우리 가족들.... 우리 가족들이 지금..."

갑자기 나도 모르게 무릅을 꿇었다.
"선생님..제발.. 저희 죄없는 가족들은..살려주세요.. 네??? 흑흑흑...."
"이것보시오... 김희준 동무..."

"선생님... 흑흑흑.... 제발요... 우리 어머니하고..아버지 하고... 형이랑...흑흑.."
"김동무 가족의 생사는 솔직히 우리도 모르오.."

"뭐??????"
"어제 보고를 받기로는... 그 지역에 미제 반동분자들이 들이닥쳐 그 일대 주민들이
죄다 어디론가 끌고갔다는 것이오...그 일대에는 아직 우리 공화국 용사들도
들어갈 수 없는 무법천지란 말이오.."

"이..개새끼들아!!!! 니네가 그런거잖아...이 씨발놈들아...흑흑흑흑....."
"진정하시오..김희준동무..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오.."

"흑흑흑... 씨발놈들... 흑흑흑...."
"동무... 동무의 가족일은 유감이오.. 하지만 동무도 알다시피.. 우리 공화국의
혁명군들이 남조선 인민들에게 총폭탄을 난사하는 그런 일은 지금 벌어지지
않는다는거 다 알잖소..."

"이 씹쌔들아... 초기에 니네가 사람들 죽여버리는거 다 봤어.. 이개새들아..흑흑흑.."
"혁명초기에 어쩔수 없었지만.. 우리가 미사일이나 방사포로 도시를 불바다로
만든적은 없지 않았소???? 지금은 과거 6.25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걸 우리도 잘 아오.."

"흑흑흑......개새끼들...거짓말.....흑흑..."
"김희준 동무... 곧 있으면 남조선에 선거가 시작될 것이오..."

"그래서!! 이 개새끼들아..."
"우리도 남조선 인민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꺼요.."

울음을 그쳤다.
냉정함을 되찾아 이들이 요구하는게 무엇인가를 일단 알아야 한다.

"그래서....요??"
"남조선은 남조선대로... 북조선은 북조선대로.. 다 그대로의 체제는 유지될 것이오.."

"......"
"대신 남조선에는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우리당에서 지명한 혁명과업수행능력
이 아주 월등한 인사를 준비중인데....."

"그게 나하고 무슨???"
"끝까지 들어보시오..."

"....."
"미제를 등에 입은 리명박이 또한 재선에 출마할 요량인것 같소..."

"내가 바깥 상황을 아직 잘 몰라서.."
"아직 미제를 등에 입은 반동 반공화국 분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건 사실이지만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십차례 회담이 열렸고.. 빠르면 다음달 까지는 [고려연방제통일]
방안에 대한 마지막 구체적인 절차방안이 결론될 것이오..."

"......"
"결국 세계 각국이 그렇게 합의를 본다면...[리명박]이가 재선에서 당선 될 듯 싶소??"

"...."
"이미 남조선의 경제를 망친 미제앞잡이 수괴의 지지가 지금 전쟁중이라 한시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갔다고는 하나... 우리측 인사에게는 밀릴 것이라 장담하오.."

"....."
"근데... 한가지 찝찝한 문제가 있소..."

"그게 무엇입니까??"
"정보에 따르면...[리명박]이가 재선에 도전할 때 한가지 특이한 공약을 내세우겠다는
겁니다..."

"공약이요??"
"그렇소... 남조선 인민들의 개인채무나 금융권 채무를 몽땅 다 변제시켜
남조선의 재건에 앞장서겠다는 공약인걸로 알고 있습네다..."

"그게 가능한가요??? 그렇다면... 남한측 지지율 거의 90% 겠네요.."
"그러니 [리명박]이 아니겠습니까??? 남조선 인민들은 아마 또 속을겁네다.."

"훗!!!"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공화국이 지난 50년간 준비해온 이 조국통일 과업이 몽땅 다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네다..."

"..솔직히..저랑은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그건 김동무 입장맞소... 하지만 우리는 어떡해서든지... 이를 막아야 합니다."

나와 마주하는 놈이 서있는 놈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놈은 뒤에 있는 캐비넷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이것은....!!!"
"그렇소... 동무의 병기인 PSG-1 입니다."

"무슨 부탁인지 몰라도..더이상은 못합니다..
북한에는 나보다 뛰어난 저격병들이 많지 않습니까???"
"없습니다... 김동무의 그 저격술은 거의 신기에 가깝습니다..."

"김동무... 이거 하나는 공화국의 수령님의 이름을 걸고 감히 약속드립니다.
김동무의 가족의 안전, 그리고 김동무의 출세와 모든 영광을 약속할 수 있습네다.."
"안..됩니다... 차라리 그냥..저를 죽여주세요... 안됩니다..."

"김동무... 어차피 이전쟁은 끝난거나 마찬가지오..."
"현직 대통령이 어딨는지..그건 아무도 몰라요..더군다나
나에게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입니다..."

"김동무 말이 맞소... 하지만 한달 뒤에는 정확히 어디에 나타나는지는 알고 있소.."
"!!!!!!"

"김동무..일주일 동안 생각할 시간을 주겠소...!!"
"......"

"모시고 나가라!!!"
[척]!!
"알갔습네다."


문이 열리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철창쪽이 아니다.
이 건물의 엘리베이터문이 열린다.
이놈들의 무서운 계획에 나도 모르게 이빨이 떨려온다.
이건 내가 더이상 죽고 살고 할 문제만은 아니다.
그 충격으로 머릿속이 하얗다.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한참을 올라간다.
"어??? 꼭대기층??"

[띵]!!!
문이 열리자 100여평의 의리의한 저택 내부이다.

"김동무는 앞으로 이곳에서 기거 하도록 하시고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내선을 눌러 주시오..."

나를 안내했던 북한 조사원이 서둘러 수갑을 풀어주고 내가 타고왔던 엘리베이터
를 타고 내려가 버렸다.

"미치겠구나... 이럴수가...."

천천히 휘동그레한 눈으로 저택내부를 걷고 있을 때 였다.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와 시녀복장의 여자가 입구앞에 서서 꾸벅 인사를 한다.
"어서오시라우요... 김희준 동지.."
"아...네...."

빨갱이... 이것들이 지금... 나를 어쩌자고 이런 개수작들인지...
넓직한 거실이 보인다.
당최 거실인지 운동장인지.. 호화스러운 샹데리에가 위태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다.
그때였다.

"김동무....."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앗!!!!!]
[리명숙]이다!!!!!!

[리명숙]이 원피스차림에 이쁘장한 화장을 하고
지금 내 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