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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꽃 - 1부26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4 01:39 1,189회 0건
혜림의 집.
서울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권을 자랑하는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 최고층의 펜트하우스

베란다에 서서 야경을 바라 보며 혜림이 와인잔을 들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 가장 먼저 민정수석을 교체해야 한다.
정치권과 세금 먹고 사는 것들에게 엄정하게 사정의 칼을 휘두를 그런 인물로.
그러려면 간접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비서실장에게 넌지시 언급을 해야 하는데...’

혜림의 늘씬한 몸을 가리고 있는 건 검은 색의 짧은 슬립 한 장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혜림의 발밑에 엎드려 개처럼 혀를 빼물고 개밥그릇의 스캇을 핥아 먹고 있는
아름다운 뒤태를 가진 알몸의 여자가 보였다. 수현이었다.

희고 가녀린 목엔 개목줄을 하고 있었고 개목줄과 연결된 리더줄은 혜림의 왼손에 잡혀 있었다.
가끔씩 혜림이 리더줄을 당길 때마다 목줄에 달린 방울이 딸랑 딸랑거리며 울렸고
꽉 조인 목줄로 인해 숨이 막히는지 고개를 들다가는 다시 스캇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 천천히 먹어라. 목마르지. 자 마셔라.”

혜림이 마시다 남은 와인을 베란다 바닥에 흘리며 말하자 수현이 대답했다.

“ 감사합니다. 주인님”

수현이 와인을 게걸스럽게 핥는 모습을 보며 혜림이 말했다.

“ 업무는 깔끔하게 인계했더구나.
그 동안 관리하던 개인 고객들에게도 전화를 하고 일일이 편지를 보내 인사도 재대로 했고....
그래, 며칠 동안 내가 준 자료는 다 숙지했느냐?”

“ 제가 미욱하여 아직 다 숙지하지 못했습니다. 6할 정도 숙지했습니다.”
“ 그렇겠지 워낙 정치 관련 자료가 방대하니. 6할이면 많이 이해한 것이다....
내가 청와대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따로 네게 시간을 못 내주니 성과가 느릴 수 밖에....

가평에 가서 며칠 더 공부하고 오너라.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 되겠구나.
거기 가면 내가 보낸 과외 선생 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 네 년 의원 비서관으로 같이 일해야 하니 미리 친해 놓는 것도 좋을거다. ”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인님”
“ 가만, 네 년 오빠가 전직 검사라고 했었지?
청와대 외압에 맞서다가 옷벗은 ...최연소 중수부장 고검장 지낸?”

“ 예 그렇습니다만...”
“ 이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딱 그 형국이네. 잘 되었다.”

“ 무슨 말씀이신지?....”
“ 오빠 언니가 네 년과 나이 차가 많다고 했지?”

“ 예. 오빠와는 20살, 언니와는 17살 차이입니다.”
“ 음 오빠나 언니는 그만하면 나이도 적당하고......
나중에 얘기해 주마. 내일 오전 중에 가평으로 가거라.
오늘은 여기서 자고....오랜만에 네 년 서비스 받아볼까?“

“ 영광입니다. 주인님. 하흑...”

수현의 물오른 보지엔 어느새 혜림의 하이힐이 무자비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와인잔을 들고 소파에 앉은 혜림.

그 앞에 무릎 꿇은 수현이 세수대야에 담긴 혜림의 발을 씻기고 있었다.
아주 귀한 보석인 양 조심스러워 하며 정성을 다해 발을 씻기는 수현의 얼굴엔 행복한 표정이 가득하다.

혜림이 그런 수현을 내려다 보며 묻는다.
“ 수진을 네 년의 개로 던져 준다면 지배할 수 있겠느냐? ”

순간 멈칫하는 수현.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하게 대답했다.

“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
“ 그렇겠지. 네 년이 수진을 짓밟을 정도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 가야지. 네 년에게 맞는 개는 교육 중이니 기다려 보거라. ”

“ 그럼 저도 개를 거느려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
“ 당연하지. 지훈을 상대로 이미 네 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느냐?
네 년도 지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 지훈씨야 주인님이 키우는 개니까...”
“ 마찬가지다. 네가 거둘 개도 내가 거두고 키우는 개들 중에 있다. ”

“ 알겠습니다. 저도 주인님처럼 좋은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현이 혜림의 발을 수건으로 닦고 가만히 앉아 있자 혜림이 말했다.
“ 발 씻은 물 마시고 싶은 게로구나. 마셔라...”
“ 감사합니다. 주인님...”

수현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세수대야에 얼굴을 가져가더니
입으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혜림이 차분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콧노래를 부르면서 차를 운전하는 수현의 얼굴은 화사하게 윤기가 올랐다.
지난 밤 수현은 혜림에게 무한정성으로 봉사를 했고
그 댓가로 수현은 혜림에게 잔혹하지만 달콤한 학대와 모멸을 받았다.

게다가 아침엔 혜림이 오랜만에 골든과 스캇을 개밥그릇에 한꺼번에 모두 담아 주었다.
수현이 가장 좋아하지만 두 가지 모두는 결코 자주 주지 않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주인에게 사랑받는 똥개의 기분 좋은 피로감이 밀려왔다.

아침을 먹고 본가에 들른 수현은 선거전까지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가평으로 간다고 말하곤
모친의 염려를 뒤로 하고 간단하게 집을 챙겨 나왔다.

자신의 선거사무실에 들러 당사무처 직원들을 격려하고
지구당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 후 대략적인 선거 준비 현황을 들었다.

후보 등록까지는 자신이 별로 할 일도 없었다.
등록 전 후보 알리기 한답시고 땡볕에 길거리에서 명함 돌리기 같은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수현이 잘 알았다.

“ 어차피 선거는 후보 등록 후 공식 선거기간에서 좌우한다.
등록 전에는 충분히 쉬어 가며 준비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지구당 관계자들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전위원장은 인색한데다 나이 맞은 독재자형이라 같이 일하기 힘들었는데
수현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보았고 직접 보고 오랜 정치감각으로 눈치 챈 것이다.

특히 자녀들이 다 자란 지구당 간부들에겐 입만 살아 나불거리는 정치꾼보다는
수현같이 자녀들 앞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은 수현의 말에서 그런 낌새를 금방 알아차렸다.

중앙 당사에서 파견나온 사무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선거에서 이 지역이 어떤 지역인지 한수현 후보를 어떻게 선정했는지는
그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인재영입위원장,사무총장,당대표, 청와대로 연결되는 여권 최고 핵심 실세에서
직접 픽업하고 삼고초려 끝에 후보로 영입, 확정한 사실은 사무처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수현이 면접을 보기 위해 청바지, 반팔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휴일에 당사에 들어온 날 찍힌
cctv 화면은 그들이 처음 본 수현의 모습이었지만 월요일 출근한 젊은 사무처 직원들에게는 환호성을 받은 사건이었다.


예고 없이 방문한 수현에게 상쾌함을 느낀 그들앞에서
수현은 선거 비용에서 홍보물 제작은 최소화하고
운동원들과 선거관계자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음식물에 더 비용을 추가하라고 했다.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광호였다.

“ 광호 네가 웬일이니? ”
“ 같이 점심 하자. 뭐 좀 물어 볼 것도 있고.....”
“ 그래 알렉스 칸 사장덕에 비싼 점심 먹어보자.”

회사 근처 고급 식당 조용한 방에 마주 앉은 두 사람.
광호가 수현에게 웃으며 말했다.

“ 업무 파악해 보니 네 실적이 정말 엄청나더라.여의도 장미 소리 들을만 하더구나.”
“ 외삼촌과 네가 미국에서 사업 크게 성공한 것에 비하면 뭐....조족지혈이지.”

“ 왠일이냐? 네가 겸손할 때도 있고....”
“ 난 늘 겸손했어 네가 시건방지게 굴어서 같이 맞상대해 줬을 뿐이지.”

“ 한가지 물어 보려고 하는데.....비밀유지 조건은 지난번과 같아.”
“ 그럼 그렇지 왠일로 네가 점심 사나 했다. 뭔데? ”

광호가 메모지 한 장을 건내주었다.

“ 강철과 황금의 나라를 아우른 자, 북국의 황금과 권력의 뿌리가 되며 저울을 가지는 자.”

수현이 눈으로 메모를 보자 광호가 초조한 듯 쳐다보았다.

“ 이건 전번 것하고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한데.....”
“ 맞아. 알 수 있겠어?...”

“ 대략은....어떤 가문을 뜻해....”
“ 가문? 사람이 아니고? ”

“ 가문이 있으면 그 가문에 사람이 있겠지. 근데 이거 누가 네게 준 거니? ”
“ 응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렇게 수수께끼를 내어 답을 맞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 앞 부분은 가야김과 신라김에 모두 해당되는데 뒷부분은 보면 신라김만 해당되는구나.
뒷부분은 신라가 망하고 북쪽으로 건너간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우는 신라의 황금씨족을 뜻해. “

“ 그럼 경주김이나 신라김을 말하는 건가? ”
“ 아니야 금나라의 아골타와 청나라의 누르하치의 황금씨족의 뿌리가 되는 가문은 김인데
마지막 부분을 보면 신라김이 아니야......음, .권씨 성이네.”

“ 권씨? 이유는? ”
“ 권씨 성이 원래 신라김이었고 산라가 망한 후 그 후손들이 만주로 가서 사는데
그 한참 후손이 아골타야. 아골타가 세운 금나라가 징기스칸의 원에 망하고 후에 그 후손들이 청을 세우고......
야사에 전해지고 어떤 문집에도 나오는데.....
결정적인 건 저울이라는 말이야.”

“ 저울이 왜? ”
“ 권이라는 한자가 권력, 권세라는 뜻과 함께 저울을 뜻해....“

광호의 표정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 며칠 째 사라에게 받은 이 신녀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끙끙거린 자신이 한심할 지경이었다.

“ 수현아 고맙다. 앞으로도 종종 부탁할게....”
“ 아니야 네 덕분에 미국에서 에너지, 금융 사업이 크게 성공했는데 이 정도야 뭐....”

수현의 밝은 모습을 광호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나무의 아들을 돕는 자가 권씨 성이라니....음...알아봐야겠구나"


혜림은 출근길에 광호에게 들렀다.
업무 인수인계를 핑계대고 만난 혜림은 민정수석 교체를 건의했고 광호는 즉석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몇 시간 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직 대통령의 방문 요청 전화를 받고 외출을 나갔다.
점심을 먹으면서 자신의 고향 선배인 전직 대통령에게 비서실장은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했고
정치 9단답게 해법을 제시하는 그에게서 존경과 두려움을 느꼈다.


비서실장이 돌아와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정무수석을 교체하는 게 맞다는 전직 대통령의 충고까지 곁들이자 대통령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리고는 적임자는 물색하되 최종 결심은 며칠 미루자는 나름 고뇌 어린 결정이 내려졌다.

몇 시간 뒤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가장 의지하는 서혜림을 불렀고
민정수석 교체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혜림은 민정수석의 지난 과오들에 대해 간략적으로 언급한 후
결국 그 과오에 대한 최종 부담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짧게 정리하였다.

특히 예전 정권에서 이른바 배째라 검사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민정수석의 예를 들었다.
그리고는 그런 과오가 아닌 공을 세워 그 공이 대통령에게 돌아가게 할 사람이 민정수석으로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자
입술을 깨무는 대통령의 얼굴이 보였다.

혜림은 대통령이 입술을 깨물고 난 후 혼자 내뱉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
“ 배째라 사건때의 민정수석과 그에 맞선 검사라......음”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혜림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새참 무렵 가평에 도착한 수현이 주차장에 내리자 마당에 둘러 앉아 새참을 먹던 식구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 큰누나, 큰언니”
“ 신부님, 보살님 저 왔어요. 얘들아 잘 있었니?”

“ 그래 어서 오너라 새참줄까?”
“ 남은 것 좀 있어요?”
“ 언니 이쪽에 앉아요.”

수현이 자리에 앉자 애들이 조잘대며 새참을 먹기 시작했다.

“ 근데 큰애들 몇이 안 보이네요. 어디 갔어요?”
“ 네가 보낸 과외선생 둘하고 읍내 서점하고 문방구점에 갔다. 곧 올 거다.”

“ 예 ? 과외선생요? 누가 왔는데요?”
“ 젊은 아가씨 둘이 며칠 전부터 와서 농사일도 돕고 애들 공부도 봐 주더라.
네가 보냈다고 하면서... 며칠 있으면 수현이 너도 올거라던데....
선거 준비를 위한 공부하러...모르는 사람이냐?”

순간 혜림의 말이 생각난 수현

“ 아니예요. 그래, 잘하던가요?”
“ 그래, 농사일도 똑부러지고 공부도 잘 가르치더라.
덕분에 박신부는 일거리 줄었다고 아주 좋아 죽는다.”

“ 이 나이에 책 보고 있으면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서 그래.
애들도 젊은 여선생에게 배우면 더 좋잖아 ”
“ 그건 그렇지만...”

“ 게다가 둘 다 미인이잖아. 애들이 노인네보다 모두 좋아하는 게 당연하지.”
“ 신부님도 참. 말끝마다 노인네 타령이세요.아직 70도 안 되신 분이,,,”

“ 그러냐? 하긴 여기 농촌에서는 마을 경로당 가 봐도 내가 가장 나이 어리더라.”

박신부의 말을 무시하며 유보살이 말했다.

“ 며칠 묵을 거지? 뒷산에 있는 기와집에서 공부해라. 농사일은 신경 쓰지 말고...”
“ 아니예요. 거의 다 했고 마무리만 남아서....밤에 잠깐씩만 하면 되요 낮엔 일하고요.”

“ 너무 무리하지 마라 그 선거판에 뛰어 들면 선거 기간 동안 왠만한 장정들도 버티기 힘들다던데...”
“ 괜찮아요. 회사 그만 두고 많이 쉬었잖아요. 기와별장에 책 갖다 놓고 일 거들게요. 오늘도 고추 따는가요?”

“ 그래 이젠 몇 번 따서 별로 남은 것도 없는데.....
그래도 붉은 것은 주기적으로 따야지 안 그럼 물러 터져서.....
오이, 가지, 호박, 토마토도 너무 익기 전에는 거둬 들여야지......
올해는 방학이라도 애들 어디 피서도 못보내고 농사만 거들게 하게 되네....”

“ 죄송해요. 올해는 제가 선거 때문에 시간이 안 맞아서...
애들 데리고 물놀이 일정도 못잡고....이렇게 공부 하러 왔으니 이번 주엔 한 번 잡아 봐요. ”

“ 그래도 되는게냐? 선거 준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 아니예요. 오다가 통화했는데.....
지훈씨가 총각 동료들 몇 명 데리고 이리로 휴가 온대요.
그때 다같이 바쁜 농사 대충 마무리 하고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요. ”

“ 성수기라 숙박 시설 구하기 힘들텐데....”
“ 걱정마세요. 콘도 이용권 있는 사람들이 몇 명 되니까 신청해 놓으면 취소되는 자리 생길 거예요.
콘도 아니면 펜션, 호텔이라도 알아보면 되요...”

“ 이 많은 식구가 잘 만한 자리가 그렇게 쉬울까? 예약 없이...”
“ 걱정마세요. 뜻이 있으면 길이 나와요..”

수현과 보살의 말을 듣는 아이들의 표정은 기쁘게 달아 올랐다..
새참을 먹고 수현이 책들을 챙겨 기와집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루에 앉아 책을 보고 있을 때 대문밖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두명의 여자가 문을 열고 다가왔다. 순간 놀라는 수현.

“ 팔자 좋으네요 한수현 후보님.”
“ 아니 당신들이 어떻게 여길...”

“ 생각보다 머리가 나쁘구만. 여자 두명이라고 하면 짐작할 줄 알았는데....”
“ 똥개가 머리 좋을리가.....그러니 멍청하게 친구한테도 남자나 뺏기지”

“ 혜림님께서 저런 멍청이를 왜 그리 애지중지하실까? 우리를 비서로 보내면서까지...”
“ 그러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야. 저 봐라.
지금 자기가 뭐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얼나간 듯한 표정.
이미 승강기 안에서 우리 정체를 알았고 지금 재차 확인하고도 뭐하는지...”

두 여자가 주고 받는 말을 듣던 수현이 일어나 재빨리 마당으로 내려가 무릎을 꿇었다.

“ 똥개 69호 두 분을 뵙습니다.”
“ 엎드려 절 받기가 따로 없구만. 그걸로 끝이냐?”

” 그럼? “
“ 발등에 입맞추고 대가리 처 박는 것도 잊었냐?‘

“ 아닙니다.시정하겠습니다.”

수현이 두 여자의 발등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처박자 발로 지긋이 머리를 내리 밟았다.

“ 오늘은 이쯤에서 봐주지. 본격적인 조교는 역시 선거 이후가 될 테니...일어나라.”
“ 감사합니다.”

수현이 일어나자 두 여자는 수현을 마루로 불렀다.

“ 난 이 희주, 여기는 이 희경. 우린 이란성쌍둥이다.
혜림님이 의원 비서관 겸 조교사로 보낸 것이다.
여기 있는 동안은 직장에서 알게 된 언니 동생으로 호칭한다. 어색하게 굴지 말도록.”

“ 알겠습니다. ”
“ 지랄, 언니가 동생한테 존대하냐? ”

“ 아닙,.....잘 할게....”
“ 우린 외교관 부모 따라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생활했다.
그 때 외국어 공부 하다가 혜림님을 알게 되었고 그 분에게 매료되어 평생 같이 뜻을 하기로 했지.
레벨은 사파이어다. 네 년이 그렇게 싫어 하는 이수진과 같은 레벨이지만 서열은 우리가 더 높다.
다크 사파이어기 때문이지. 알고는 있지?”

“ 그래. 조교받을 때 들어 알고 있어.”
“ 선거에 관해 공부도 빠른 시간내에 마무리한다.
우리 전공이 외교와 정치 파트라 많이 도움 될 것이다.

특히 한국 정치 부분은 우리 부모님한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거의 백과사전 수준이다.
이미 네 년이 상대할 3선의 야당중진에 대해j도 대응책 다 수립해 놓았으니
그대로 하면 아마 전국 최다득표율 가능할 거다.

네 년이 지금껏 공부한 내용을 보건데 네 년이 생각하는 선거 전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나만의 승리가 아닌 인접한 지역들의 승리를 위한 기여와 그 당선자들의 포섭 전략.
여당 지도부에 다른 지역의 후보 요청이 있으면 지원유세하겠다고 한 건 잘 한 것이다.
국회 입성 후에는 다시 진로에 대해 의논하는 걸로 하고......알았지?”

“ 알았어. 그럼 공부는 언제부터?”
“ 혜림님이 6할 정도 숙지하고 있다고 했으니 오늘밤과 내일 밤 정도면 충분하다.
속성, 핵심 위주로 할 테니까.
네 년이 애들하고 물놀이 가자고 해 놓아서 그 약속 지키려면 그렇게밖에 못한다.”

“ 입도 싸지. 그 새를 못참고 마음대로 그렇게 물놀이 가자고 종알거렸냐?
우린 나흘 정도 예상했는데....”

“ 할 수 없지 내일 오전에 비온다니...그 시간에 보충하면 뭐...아쉬운대로 가능하지 싶다.”
“ 그리고 내일 장지훈이 내려 올 거다.
동료 두 명 데리고....우리 둘과 짝 맞추라고 혜림님이 보낸 것이니 그리 알도록...
그리고 애들 다 데리고 놀러 갈 장소는 혜림님께서 양양의 바닷가 별장을 알아보고 확보한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 안해도 된다.
특별히 파티 음식 전용 요리사들도 보내 달라고 했으니까 마음 놓도록.... ”

피서를 위한 장소와 시설은 물론 수현이 모르는 지훈의 일정까지 말하는 쌍둥이 앞에서 수현은 무력감을 느꼈다.
수현과 통화할 때까지 구체적인 일정이나 동료 수를 말하지 않았던 지훈인데....
그 사이에 혜림과 이희주 자매가 그렇게 결정 후 혜림을 통해 지훈에게 통보한 것 같았다.
새삼 그들이 가진 레벨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강원도 평창의 펜션. 용산구 현역 국회의원인 주희경이 식구들을 데리고 휴가를 와 있었다
미국 가기 전 식구들에게 마지막으로 정을 나누고자 온 여행.

모두들 잠 든 밤에 희경은 홀로 나와 술잔을 기울이며 별을 보고 있었다.
그런 희경에게 누군가 다가가더니 뭔가를 내밀었다. 사진이었다.
사진들을 확인한 주희경의 몸이 휘청거렸다.

누군가의 처참한 시체 모습이 담긴 사진.
만취한 채 술병을 들고 무단횡단하다가 달려 오는 차에 치여 쓰러지는 모습부터
그 뒤를 계속해서 차들이 깔아 뭉개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보였다.

사진 속 인물은 희경의 보지를 마음대로 쑤셔대며 그렇게나 쾌락속으로 몰아 넣던 흑인 사내였다.
자신을 발정난 개처럼 달궈 주던 사내의 죽음을 확인하고 멍한 상태의 주희경을
사내는 가볍게 목덜미를 쳐 기절시켜 둘러 매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날 주희경은 인근 폭포소에서 알몸으로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과다한 음주 후 야간 수영이 부른 심장마비였다.

그렇게 한 정치인이 한토막 뉴스와 함께 사고사로 조용히 사라져갔다.
그 사고사엔 죽기 이전에 수캐들과 마지막으로 교미를 한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그리고 백호가 지시하여 주희경이 최후 통화로 고문 변호사에게 밝힌대로
희경의 모든 재산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국책연구소에 기증되었다.


수현과 희주 자매는 공부를 하는 틈틈이 한수현의 홈페이지 사이트 개설을 위한 자료들을 하나씩 정리하였다.
이미 혜림의 지시에 의해 수현의 어린 시절,성장과정,학교생활,사회생활 ,언론과 방송 출연 등에 대한 부분은 사이트상 완성되어 있었고
고아원 후원사업과 정치입문의 동기와 포부 등을 추가하였다.

선거에 사용할 로고송도 이미 수현이 내려오기 전 희주 자매가 고아원 식구들의 협조로 끝마친 상태였다.
며칠 후면 세상에 공개될 정치초보 한수현의 홈페이지가 어떤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올지 제대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마도 서혜림이 유일한 존재였다.

후일 여의도 정가의 전설로 남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수현과 희주,희경의 만남은 그렇게 시골 마을의 기와집에서 인연의 꽃을 피워 올렸다.

청와대 혜림의 집무실
굳은 표정의 혜림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 결국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다는 얘기구나.
권력과 탐욕에 눈 먼 돼지 같은 작자들이 감히 누굴 넘 봐.
서수석 얼굴이나 몸매는 좋은데 성격은 안 좋다고.
술 한잔 하면서 이런들저런들 하며 같이 얽혀 보자고.
그래, 소원대로 해 주지.
니들과는 얽히기 싫으니 안 좋은 성격으로 니들 모두 손 봐 주마. 기대해라.”

새파랗게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지긋이 입술을 깨무는 혜림.
광호도 사라도 혜림이 그런 표정을 지을 때는 알아서 피할 정도라는 걸 아는 이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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