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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02:33 465회 0건




강희는 떨리는 몸을 주체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나 격동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수는 한 눈에 그녀의 심정상태를 알아볼수가 있었다.



"니가....나의....완벽..."



떠듬거리면서 거기까지 말을 쏟아내는 그녀인데, 그는 강희를 마주바라봐주다가 눈을 감고선 고개를 저었다.



"...어?"



강희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의아한 빛으로 물들면서 그를 바라본다.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니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아냐. 난 니가 기대하는 그 <누군가> 가 아니야"


"어째서!!"


강희는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대변한 그대로를 외쳤다. 역전력의 영향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것? 무엇이 되었건 상관없다. 그녀는 외치다시피 했다. 음성은 단번에 올라간다.


"어째서?!!"


질문을 받는 수의 입장에선 날카롭게 느껴질정도로 다가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안"



강희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한순간만에, 간절해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재차 입을 연다.



"왜...왜야? 넌 완벽해. 역전력이랬지? 좋아. 좋다구. 아주 좋은 능력이야. 정말로말야. 니가 나의 옆에 있는 한, 난 결코 사람을 죽일순 없을거야. 힘을 못 쓸테니까. 그렇지? 내 말이 맞지?"



".............."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그. 그의 시선은 어딘지 모르게 측은한 빛이 가득하다. 강희는 그가 입을 열려는 듯한 기색이 보이자, 그걸 듣기가 두려워 또다시 자기쪽에서 입을 열어 간다.


"너야....틀림없어. 솔직히...놀랐어 아주. 나말이지.... 몸이 찌릿 하고 울릴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구. 너같은 사람, 아니, 그래...너같은 이성..너같은 남자를 본적이 없어. 너만큼 나를 흔들어버린 남자가 없다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았어... 이 짧은 시간에...내가 어느정도의 충격을 받았는지 넌 아마 모를거야. 죽었다 깨나도 모를거야.. 아하하....아하하하~ 니가...니가 알리가...알수 있겠...어? 지금 내 심정?! 응? 그래도 왠지... 넌 알수 있을것만 같아? 너라면말야. 그렇..지? 응? 하하.....하.....흐.....윽..."



강희의 말은 처음엔 아주 열띈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내 어느 순간부터 말이 토막토막 이어졌고, 서글픈 웃음을 입에 물었다가, 결국 눈가를 적셔가는 중이었다.



수는,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남자.



그는 지금 복잡한 눈빛을 띄고 있다.



"...공원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다..."



거대하다. 너무나 컴컴한 어둠이다. 그 어둠의 무게에 짓눌려 있고, 그 어둠의 깊이에 잠겨 있는 여자다.



수는 알고 있었다. 그 또한 TBM의 회원. 이 여자가 카페에 기재한 글 역시도 접했다.



인터넷, 그 가상 공간에 있는, 타자로 입력된 글 몇줄에, 무슨 감정이 실려 보이겠냐마는, 그는, 적어도 그만은 느꼈다.



한 여자의 고통을 말이다. 마치 그 통곡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해져 오는 듯했다.




스스로를 묶기 위해서, 묶여지기 위해서, 묶임 당하기 위해 Bondage의 길에 발을 들인 여자.



이 세상의 누구보다도, 지구에 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막강한 힘이 그 지닌바 육신에 깃들어 있는 여자.



이 여자는 다른 커플들이 장난으로 즐기는 그러한 수준의 결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여자만큼 결박에 절실한 심정으로 매달리는 이가 있을까.



이 여자만큼 절실하게 묶이길 원하는 이가 또 있을까?



사람의 목숨이 여럿 걸린 일이다.



결박당하지 않으면 언젠가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Bondage의 성향이 생긴 여자다.



정신적인 충격이, 그 아픔이 너무나 깊디 깊어서, 억지웃음이라도 짓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해서라도 고통을 잊고파, Tickling의 성향을 품은 여자다.



완벽한 구속자를 찾는 것. 그녀 평생의 소망이자 염원. 그 <누군가>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 여자의 정신은 혼돈에 휩싸여, 그 미래를 점치기가 어렵다. 그녀 자신도, 그리고 그녀에게 붙들릴 그 누군가, 설령 그가 악인일지라도..사람일텐데....그또한 위험해진다.




그 위험성을, 단박에 인지했었던 수. 그가 TBM에 가입한건 실제론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TBM의 존재를 비교적 늦게 알게 된 이였고, 그가 그 전에 활동하던 카페는 다른 까페이다. 물론 지금도 활동중이지만..



어쨌든 수는 TBM에 가입하자마자, 흥미있는 시선으로 카페의 이 란 저 란을 뒤져대다가, 티렉스의 존재를 알았고, 대번에 관심이 가는것을 느꼈던 것이다.



대강의 정보와, 얼추 짐작되는 사정에만 의지한채, 그는 이렇게 그녀에게 온 것이다. 물론, 공원에서의 만남은 진정 의도하지 않았던 만남이지만...



강희가 릴렉스를 몰랐던 것도, 그가 비교적 최근에 가입한 인물이었기때문이다.



강희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들을 계속 닦아갔다. 얼굴은 화끈거리고...머리는 어지럽고..



"뭐지 나 정말? 너무 바보같아.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너무 한심해..."



"흑....끄흑...."



여자는 괴로운 신음소릴 내면서, 왼손으론 눈가를 연신 닦고, 오른손은 가슴을 싸잡았다.




심장을 비틀어 쥐는 듯한 그 오른손.



거의 모질게 그러쥐어진 듯한 그 가슴을, 그리고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오른손의 손목을 잡으면서,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망가지게 하지 않아..."






그는 오른손을 뻗어 고개를 떨군채 심장을 짓누르고 있는 강희의 오른손목을 쥐었다.


"!!...이..이것 놔..."


강희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잡힌 손목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강희는 얼굴에 눈물을 매단채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의 오른 손목을 내다본다.


"또야?!"


창피하다. 이런 모습. 쪽팔린다. 하지만...그에게서 오른 손목이 저항하지 않는 거라면...반항하지 않는거라면...그 이유는...



강희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수는 강희의 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을 왼손으로 부드럽게 흘려내면서 그녀의 목을 쓸듯이 끌어담았다.



".....흑....."



강희는 눈을 감은채 주륵 하고 눈물을 흘렸고, 그는 강희의 등을 토닥이면서 자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너의 모든 것을 알수는 없어. 그 누구라도 그런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하지만...지금의 너를, 가라앉혀주는 것 정도는 해줄 수 있어"



"....자신 있...어?"



감긴 눈으로, 떨면서 묻는 음성. 그는 강희를 안았던 동작을 슬며시 바꾸면서, 오른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겹쳐쥐었다.


오른손으로 강희의 두 손목을 모두 쥔채, 그녀의 팔을 위로 짓쳐들게 하여 부드럽게 침대 뒷면의 벽으로 밀어낸다.



"...하....."



강희는 입을 벌린채 신음하면서 그를 보았다. 그는 입에 미소를 잔뜩 배어물곤 말했다.



"내가 왜 릴렉스라 불리는지...가르쳐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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