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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4:03 866회 0건
일렉트라 컴플렉스 17부
아름답고 즐거워야 할 여행이 이다지도 삭막하다 느껴지는 이유를 상택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향숙이의 얼굴에서 좀처럼 미소지은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한다는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생각한 상택. 지난 이십여일 동안 온갓 수단을 다 동원 해 봐도 어쩌지 못했던 것에 화가나 있기도 했다.

"가장 즐거워 해야 할 녀석이 저러고 있으니... 내 탓이긴 한것 같지만 어쩔 수도 없으니..."

곰곰히 생각 해보니 향숙이가 웃음을 잃어 버린게 정확히 호텔에서의 첫날 밤 이후였다. 그날 이후로 향숙은 더이상 어떤 요구도 해오지 않았던 것을 기억해 낸 상택.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서 저러나? 아냐... 단지 그런 이유로 저렇게까지 침울해 할 향숙인 아니지. 그럼 n때문일까...?"

대충, 육체적인 요구가없었다는 것과 관계가 있다는 것만 짐작해 볼 뿐인 상택. 상택은 다시금 악셀을 밟았다. 지금은 제주 일주 드라이브 중. 옆자리에 앉아있는 향숙이의 모습이 왠지 낮설어 보인다.

"어때? 오랜만에 상쾌한 공기를마시니까 참 좋지?"
"......."

멋들어진 저녁 노을을 받으며 달리던 자동차는 얼마 달리지 못해 멈추었다. 차가 멈춘곳은 ㅇㅇ가든. 제주도 하면 생각나는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서 였다.

"약간은 이른듯 하지만 저녁을 먹도록 하자. 점심을 그렇게 대충 때우다 보니 배가 고프구나."
"네."

넓은 주차장 만큼이나 실내또한 넓었지만 상택은 룸으로 들어갔다. 약간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어서 조용하니 둘이서 깊은 얘길 나누기엔 적당했다.
고기가 익는 냄새가 구수하니 얇은 식당 판자벽으로 스며들 즈음.

"먹어. 먹으면서 얘기하자. 심각해질꺼 같으니 소화엔 도움이 안되겠지만."

향숙이 쭈뼛거리며 젓가락을 들어 보지만 그저 깨작대는 수준이다. 상택은 안돼겠다 싶어 불을껐다.

"그래. 좋아... 그러면 우선 우리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 그러면... 아빠부터 솔찍하게 얘기할께. 다음은 네차례다. 알았지?"
"......"

고개를 주억이는 향숙.

"내가 기억 하기로는 네가 이렇게 침울해 있는게 호텔에서의 첫날밤 이후 인걸로 기억하는데, 맞지?"
"........"
"그렇다면 그날 내가 했었던 행동 때문에 그러는 것일테고..."
"지난 시간동안 생각을 많이 해봤지만 네가 그렇게 침울해야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더구나. 의심가는 구석이라면 하나 있긴 하지만."
"......."
"난 말이다. 네가 처음에 날 남자로써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나와 약속한게 있었다. 내 스스로와의 약속이지."
"어떤?"
"녀석... 이제야 날 봐 주는거냐?"
"죄송해요."
"오랜시간동안 혼자서 삭이느라 힘들었을 널 생각해서라도 조금쯤은 널 인정하지 않으면 안됐었다. 그래서 너에게 다른 남자가 생길때 까진 조금이나마 너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려 했었지. 하지만 너와 난 그래서는 안돼는사이다. 그래서 난 스스로와 약속했지. 그것만은 안된다고. 해서는 안돼는거라고 말이다. 그게 뭔진 알겠지?"
"???"
"순진한척 하는거냐? 후후. 섹스말이다. 그것만은 하지않기로 했었지."
"하지만... 전 아직 처녀잖아요. 그날 아빤....."
"그래. 네 생각은 그렇겠지. 하지만 내 개념엔 말이다. 그날 내가 네게 해 준것도 섹스거든? 영어로는 오럴섹스라고 하지. 한자로 표현하자면 구강성교 라고 하고."
"그런... 그래서 아빤...."
"그래. 많이 괴로워 했지. 내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겼으니까. 하지만말이다. 그게 다 네가 아름답기 때문이야. 내 맘에 쏙 들도록..."
"전... 지금껏 아빠가 그렇게 괴로워 하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었어요. 그렇게 괴로워하시는게 저때문이라 생각하니까.... 흑!"

금새 눈물을 흘리는 향숙.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에 안심하는 상택. 이젠 딸아이를 안심시켜야 할 때다.

"역시나. 작은 오해였구나. "오해" 란건 풀고봐야 하는거지. 원인제공은 네가 했지만 내가 괴로워 한건 내가 참지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와의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지 네 탓은 아니다."
"아빠....."
"향숙아...."
"..........."
"내가 널 사랑한다는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그건 네가 날 사랑하는 것 과는
다르다는것도 말이다. 그래서 난 약간 당혹스런 것이다. 생각해 보렴 세상에 어떤아빠가 딸이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고 있다는데 "그런가?" 라고만 하고 말겠니? 하지만 너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얘기한적 있겠지만, 너와 나정도의 나이차가 나는 부녀간은 세상엔 드물다는 것과 엄마가 없이 컸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너와 나와의 상황과 같은 관계를 가진 남녀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도 있는것이다. 너의 생활범주 내에선 선례라는것 조차 ?기가 어려웠을테니 혼자서만 삭여야 했을꺼란건 불을보듯 뻔한것이고. 난 그래서 너의 그, 나를향한 관심이 나와 비슷하게나마 닮은 녀석이 나타나 그녀석에게 관심이 옮아갈때 까지는 널 인정하려 했던것인게다. 내가 너의 사랑을 이젠 알게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것 만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런 널 가만히 내 버려두는것은.... 차마 못할 짓 인거지... 알겠니?"
"........."
"일단은, 전에도 서로 약속했듯 조금씩 시간을 가지고 서로 나아지려고 노력해 보자꾸나. 음?"
"네.... 아빠."

향숙이의 얼굴엔 조금씩 예전의 그 화사한 미소가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비록 눈물자욱 가득한 얼굴이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 모습을 보는 상택은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 쉬었고 다행스런 표정이 얼굴에 베었다. 상택의 표정과 기분은 향숙에 의해 좌우되기라도 하는양. 상택은 아빠다운 표정을 하고 향숙일 바라 보았다. 인자하고 근엄한. 사회라고 하는 거친 풍랑속을 이십여년이란 세월을 헤치고 살아온 경륜이 그대로 묻어있는 그런 얼굴. 향숙인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인자하고 자상한 표정을 한 아빠에게 반해 있었다. 스스로가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인 펜션으로 돌아가는 두 부녀의 자동차 안의 분위기는 이전에 그랬던것 처럼 활기가 가득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부녀는 숙소에 도착해 반가운 손님들을 맏이할 수 있었다. 바로 한성필 내외가 여름휴가를 왔었던 것이었다. 상택은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보다도 더 향숙일 위해주는 친구에게 침울해 있는 향숙이의 모습을 보였더라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으니 말이다.

"여어! 잘나신 한량! 신수가 훠언해 보이는데?"
"뭐냐. 만나자 마자 독설이냐 넌? 마흔이 다 되도록 아직도 철들지 못한거야?"
"오호! 그러시는 분께선 철이 들어서 시집보내도 될만큼 다큰 딸이랑 밀회냐?"
"미...밀회라니!"
"관둬요 여보. 두사람만의 은밀한 시간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놀리기에요?"
"안녕하세요?"

즐겁지만 왠지 서먹해 지려는 분위기를 느낀 향숙이 선수를 쳤다.

"어! 그래 향숙이 넌 첨보겠구나? 인사해. 저 못생긴 녀석의 안주인이시다. 정말 불행한 분이시지."
"처음뵙겠습니다. 향숙이에요."
"반가워요. 역시나 생각대로 굉장한 미인이네?"
"생각대로라니? 뭔 소리야?"
"나두 애인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하고 상택씰 유혹한적 있었는데 보기좋게 거절 당한적이 있어서 생각했죠. "이남자. 여자가 이미 있구나, 그것도 나보다 훨씬 뛰어난 미인이"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뿐이지뭐."
"제수씨. 그거 칭찬이에요, 욕이에요?"
"글쎄요? 아마 향숙인 잘 알텐데...?"
"음음.... 당신말이 이해가 가. 음음...."
"뭐, 뭐야? 자넨 또 왜 그걸 이해하는건데? 와이프가 딴 남자를 유혹 했었다는데."
"뭐 그거야 실패한 일이니까. 그리고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두사람을 보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해할껄? 자네만 이해를 못할 뿐이지 뭐."
"이봐. 우린 그저 평범한 부녀간일 뿐이야. 그건 당연한거 아냐?"
"글쎄, 그런말은 자네 옆 사람이 지금 하는 행동을 보는이라면 누구나 거짓말이란걸 다 알텐데? 핑계를 대려면 좀 더 그럴듯 한걸 대라구."
"걱정 마세요 아가씨. 전 이제 그럴 마음이 없답니다. 아이! 정말 셈나네. 그때 좀더 세게 나가는건데."

그말에 향숙일 돌아본 상택은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향숙인 자신의 팔을 품에다 꼭 안고는 경계의 눈초리로 눈앞의 미녀를 보고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상택은 그 시선을 볼 수는 없었지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으면서도 팔을 놓지 못하고 있는 향숙이의 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이상 계속했다간 무슨말을 더 듣게될지 몰라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향숙.

"저... 언제까지 여기 서 계실꺼에요?"

이미 충분히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말이지 훌륭한 카운터펀치였다.

"자! 그러면 저희 여자들은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남자분들끼리 잘해 보세요. 안녕!"
"어어? 제수씨!"
"부탁해 여보!"
"둘이 짠거야?"
"너도 그런거냐? 이런땐 뭐라고 부르지? 마마보이는 아니고... 딸 의존증 환자쯤 되려나? 암튼 그런거냐구."
"에휴. 말을 말자. 내가 네녀석이랑 함께 있어서 내 맘대로 된적이 없었으니... 팔자려나 해야지 뭐."
"자네야 마누라가 없으니 맘 편할테지. 매일같이 바가지 긁히고 살아봐라. 오늘 같은 날처럼 마누라 시선을 집중시킬만한 장난감이...아! 미안...암튼, 이 좋은 꺼리를 두고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거야. 그런거 모르지? 몰라야 당연한거지 암."
"결국 네녀석 좋아지자고 꾸민 음모란 말이지? 연막탄은 그쯤하고 실탄은 뭐야?"
"실탄? 이상한 표현인걸. 자세한건 술이나 한잔 하면서 하지 음? 자네 따님이 하신 진리의 말씀을 다시 읊어줘?"
"네방이냐 내방이냐?"
"여자들 없는 방."
"글쎄 그게 어느쪽 방이냐니까?"
"내 예상엔말야. 술이 없는 방일꺼 같은데?"
"우리방이군... 좀 쉽게하자. 응? 평범하게 살자구."
"그럴까? 술사러가자!"
"에휴... 실없는 친구 같으니라고..."

상택과 성필, 두 별난 친구가 술을사러 간 무렵. 두 여자는 뭐하고 있을까? 살짝 엿보기로 하자.

"어머머머....세상에... 이 피부좀봐 너무 깨끗하잖아!"
"아...아줌마..."
"땍! 아줌마라니! 언니. 응? 언니~ 해봐."
"어... 언니?"
"그래! 아유! 귀여운것, 우우웅."
"꺄아! 하지마세요! 가...간지러..."

향숙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샤워였다. 저녁으로 먹은 돼지고기를 구운 냄새가 난다며 끌려간 욕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둘이 들어간 욕실에서 성필의 아내인 수희에게 뒤에서 부터 가슴이 잡혀 괴롭힘(?) 당하고 있음이니 둘은 급격히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이다. 스킨쉽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데 가장 훌륭한 양념이 되는것이니까.

"이제 슬슬 불지그래?"
"뭘?"
"회살 관 뒀으니 이젠 뭘할꺼냐구."
"글쎄..."
"글쎄라니. 나한테도 숨기고 싶은거야?"
"설마, 그럴려구."
"장난하지말고 불어. 자네같은 노랭이가 일안하고 그냥 쉰다는건 있을 수 없는일이란거 세상은 몰라도 난 아니까."
"흠......"

상택은 맥줏잔을 비웠다. 얼마전 부터 생각하던걸 의논하고 싶었던 상대가 제발로 와 주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며칠전에 생각해 본건데 말야. 여기 처음 도착했을때 예약해둔 방이 없어져 버렸더라구. 공군에서 빌렸다나? 지금이 무슨 박통때도 아니고, 참 황당하더라고."
"그래서?"
"향숙이랑 단 둘이서 특실 스위트 룸에서 잤었지. 꽤나 불편하더군."
"설마. 속으론 좋았으면서."
"어이어이. 향숙인 내 딸이야. 그걸 잊을만큼 치킨헤드냐 넌?"
"젠장. 졸지에 닭대가리 되는군. 얌마 길가는 사람 잡아놓고 물어봐라 부녀간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음 내가 장을 지지마. 암튼, 진도 나가봐."
"그래서 다음날 적당한곳에다 숙소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마땅한데가 없더라고. 대부분이 신혼부부들을 위한 숙소 뿐이고 가족단위로 묵어갈 수 있는덴 별로더라구. 여기같은 팬션은 좀 부담스럽잖아."
"흠... 숙박업에 종사 하시겠다? 계획이 있는것 같은데? 네녀석이 하는 말로 봐선."
"제주. 밀감농장. 통나무집. 가족단위의 숙소. 딸아이의 훌륭한 음식솜씨. 연결시켜봐. 뭔가 하나 생기지?"
"이름은 "오랜지가든" 쯤 되려나? 생각이야 괜 찮지만."
"훗! 이름까지 맞추는군. 그렇잖아도 너한테 물어보려던 참이었다. 괜찮지?"
"음... 홍보는 어쩌려구?"
"인터넷. 회원제. 일반도 받지만 할인은 안됨.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좋군. 적당한 장소는 봐 둔거야?"
"요 이틀간 제주를 일주해 봤지. 경치 좋은 감귤농장이 세군데쯤 있더군. 그 중에 매물이 있는지가 문제지. 암튼 거기까진 내가 할 테니까 자네가 해 줘야할 일이 있어. 짐작은 하지?"
"음... 토지형질변경? 뇌물 먹이기...냐? 싫은데."
"그러지말구 신경좀 써봐. 어차피 내 재산 만으론 조금 벅찰꺼 같으니까."
"음... 그렇겠네. 아파트를 판다고 해도.... 음음음."
"암튼 조만간에 연락해 주지. 기대 하라구."
"오케이! 자! 마시자! 건배!"

"남자친구는 있니?"
"아아뇨! 없어요."
"흠... 정말일까?"
"정말이에요."
"그래? 그럼 다시 한번 상택씨한테 도전 해볼까?"
"안돼요!"
"어머? 정색하긴. 농담이야. 아까 얘기했지? 포기했다고. 정말로 아빨 좋아하나보네?"
"네... 아빤 오래전부터 혼자셨으니까... 저라도 도와 드리지 않으면..."
"넌 남자를 아직 모르지?"
"네?"
"후후... 과연. 아직 버진이구나?"
"......"
"아아... 네 아빠도 참 힘드시겠다."
"네? 왜요?"
"...... 엄마생각은 안나?"
"기억이 안나요. 어렸을때 돌아가셨으니까."
"그렇구나. 미안. 괜한 말을 해서."
"괜찮아요. 익숙하니까."
"이리와. 머리땋아줄께."
"괜찮아요."
"어허! 뺄것없어. 나도 딸하나 있었음 했는데. 잘됐다."
"괜찮은데..."
"여름이잖아. 더울텐데도 생머리니? 보는 사람들도 생각 해 줘야지."

향숙의 머리는 꽤 긴편이다. 흔히 "허리까지 내려오는..."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정도의 길이. 엉치뼈 있는곳까지 내려오는 길이이니. 수희는 이미 눈치를 채었다. 향숙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 하지만 아직 그 사랑이 이루어 지지 않았을꺼란 생각을 하니까 문득 향숙이가 불쌍하단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 사랑은 어쩌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 도 있지만 설령 이루어 졌다 하더라도 괴로울 뿐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향숙이와는 다른 조건이었지만 결국 아픔 뿐이었었다고 생각되는 수희의 과거였다.
긴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중간즈음부터 세갈래로 나누었다. 그리고는 멋지게 꼬아내리고 마지막을 고무줄로 묶는다. 포니테일. 여름밤 바닷바람이 방충망을 뚫고 들어와 향숙의 귀및머리 몇가닥을 흩트린다. 화장대 거울에 비추인 모습.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한창인 젊음과 함께 비쳐져 있었다. 같은 여자로써 질투가 날 만큼 아름다운 모습. 자신에게도 한때 그런적이 있었다는걸 추억하게 되는 수희.
향숙은 오래도록 가지고 있었던 작은 소원을 대리만족 할 수 있었다. 엄마가 땋아주는 머리. 그렇게 하고는 친구들에게 한껏 자랑하고 싶었었다. 그러나 그건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는일. 어렸을때 친구들이 땋은머릴 하고선 자랑할때 마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미웠었다. 그래서 지금은 엄마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향숙이었다.

"자. 다됐다. 리본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예쁘네."
"리본은 저한테 있어요..... 여기."

라며 향숙이는 머리묶는 리본을 하나 꺼내어 보였다. 아주 오래되고 낡아서 얼핏 보기엔 볼품없이 보였지만 상당한 고급품이란걸 알 수 있었다.

"어머?! 아주 오래 된거네? 항상 같고 다니나 보구나?"
"네... 열세살 생일선물이에요. 아빠가 첨으로 사주신거라 아까워서 항상 지니고만 다녔어요. 혼자서 땋거나 해서 묶지 못한것도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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